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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연말, 영화 '쁘띠마망'과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를 보았습니다. 몇 달이 지난 지금도 엄마를 볼 때마다 이 영화들이 생각이 나요. 특히 쁘띠마망이 그래요. 확연히 결이 다른 두 영화지만 보고 나면 (어떤 식으로든) '내' 엄마가 생각난다는 공통점이 있는 영화들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제가 본 영화들 중, 엄마를 떠올리게 하거나, 모녀 관계를 다룬 좋은 영화들을 소개해드리고 싶어졌어요. 모녀관계를 다룬 영화는 무수히 많지만, 최근 작품이나 OTT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작품으로 한정할게요.

 


1. 쁘띠마망 (2021, 프랑스)

"내 비밀이면서 네 비밀이기도 해 " (넬리)  

쁘띠마망 포스터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할머니의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엄마의 시골집을 방문한 8살 소녀 넬리. 그곳에서 엄마랑 똑같은 이름을 가진 친구를 만났다. 어라, 자세히 보니 나랑 닮은 얼굴을 가진 너, 넌 도대체 누구니?

 

  • 영화에 한껏 취해서 엄마 이름 함부로 부르다가 등짝 얻어맞지 말자
  • 한없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영화. 코드만 맞다면,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이 쏟아지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도 있다.
  • 영화에서 열연(?)한 조세핀 산스와, 가브리엘 산스는 일란성 쌍둥이.
  • 감독인 셀린 시아마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명세를 탄 여성 감독.  물론 그 전부터 <톰보이>, <걸후드>,<워터 릴리스>와 같은 좋은 영화를 만들고 있었다. 배우 아델 에넬과는 예전 연인 사이. 
  • 오바마가 선택한 올해의 영화 중 한 편 (2022년)
감독 : 셀린 시아마
출연 : 조세핀 산스 (넬리), 가브리엘 산스 (어린 마리옹)
드라마, 판타지 / 전체관람가 / 72분
OTT : 티빙, 웨이브
 Petite Maman
내 평점 : 4.5 / 5



2.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2021, 한국)

"엄마, 내가 이렇게 부탁할게, 제발 사과 한 번만 해 줘." (이정)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포스터

  엄마에게서 마땅히(?) 받았어야 했을, 사랑과 사과를 요구하는 딸과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온전히 줄 수 없는 엄마의 장장 2시간 13분 동안의 줄다리기.

 

  • (그 어떤 사전정보 없이) 포털에 기재 되어 있는 시놉시스만 읽고, 두 사람이 모녀 관계라는 사실을  단번에 이해하시는 분은 개인적으로 똑쟁이라고 생각함.
  • 앞서 소개한 영화 <쁘띠마망>이 몽글몽글해지는 영화라면, 이 영화는 마음이 징글징글하다가 결말 부분에서는 어쩐지 평정을 되찾게 하는 그런 영화.
  • 딸 이정이 엄마에게 나를 사랑하느냐고 묻는 장면에서는, 왠지 네 번째로 소개할 영화 <레이디 버드>가 생각난다. 물론 <레이디 버드> 쪽이 훠얼씬 순한 맛.
  • 김세인 감독의 장편 데뷔작.
  • (이젠 다소 진부하고 뻔하다고 생각했던 소재를 이렇게 새로운 느낌으로 그릴 수 있다니...)
감독 : 김세인
출연진 : 양말복 (수경), 임지호 (이정), 양흥주 (수경의 남자친구), 정보람 (소희, 이정의 회사 후배)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40분
OTT : 티빙, 웨이브, 왓챠
The Apartment with Two Women
내 평점 : 4 / 5

 


3. 로스트 도터 (미국, 2021)

" 엄마를 잃어버렸어..." (엘레나)

로스트 도터 포스터

  중년의 대학교수 레다는 그리스의 한 섬에서 휴양을 하던 중, 우연히 딸 또래의 젊은 여성 니나를 만난다. 니나와 그녀의 어린 딸 엘레나, 그들 모녀를 보던 레다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이고, 하나둘 수면 위로 떠오르는 아이들과의 기억들이 그녀의 발목을 잡는데...

 

  • 배우 매기 질렌할의 데뷔작. (메기 질렌할은 <다크나이트>의 레이첼 도스이자, 배우 제이크 질렌할의 누나)
  • 엘레나 페란타의 소설 <잃어버린 사랑>을 원작으로 함.  '나쁜 사랑' 3부작 중 마지막 작품으로 김지우 작가 번역으로 출간됨.
  • 극 중 하디 교수 역할을 맡은 배우는 메기 질렌한의 남편인 피터 사스가드.
  • 최근 리들리 스콧의 <글래디에이터 2>에 캐스팅되는 등, 눈에 띄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배우 폴 메스칼이 극 중 '윌'의 역할을 맡음. 
  • 젊은 시절의 레다 역할을 맡은 제시 버클리의 연기가 단연 돋보이는 영화
  • 베니스영화제 각본상 수상 작품
  • 극 중 레다가 끝까지 보지 못하고 빡쳐서 뛰쳐나오게 된 흑백 영화는, 엘리자베스 테일러 주연의 <내가 마지막 본 파리 (The Last Time I Saw Paris)>임. 1954년 작품.
감독 : 메기 질렌할
출연진 : 올리비아 콜맨 (레다), 제시 버클리 (젊은 레다), 다코타 존슨 (니나), 폴 메스칼 (윌)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22분
OTT : 웨이브, 티빙
THE LOST DAUGHTER
내 별점 : 4 / 5

 


4. 레이디버드 (2017, 미국)

"널 사랑하는 거 알잖아" (엄마)
"근데, 좋아하냐고?" (레이디버드) 

부모가 지어준 이름을 온몸으로 본명을 부정하고 '레이디 버드'라 불리길 원하는 여고생 크리스틴. 그녀의 야무진 꿈은 아무것도 특별한 것이 없는 고향 새크라멘토를 떠나, 뉴욕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는 것. 크리스틴은 그녀의 꿈대로 이곳을 떠나서 훨훨 날아오를 수 있을까?

 

  • 우리의 프란시스 하, 그레타 거윅의 데뷔작.
  • 영화 자체도 좋지만 정말 정말 정말 좋은 각본.
  •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샤워할 때 수건을 여러 장 쓰는 레이디버드를 어머니가 혼내는 장면. 세상 사람 사는 거 다 똑같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그게 우리 집에서 내가 제일 많이 혼나는 포인트이기 때문에.
  • 연기 천재 시얼샤 로넌. 이젠 <어톤먼트>의 그분(X년)이라고만 말하기엔 너무 좋은 작품들에 많이 출연했다. (추천작 : <브룩클린>)
  • 레이디버드의 어머니 매리언의 역할을 맡은 로리 맷칼프는 미드 <빅뱅이론>에서는 쉘든 리 쿠퍼의 어머니.
  • 아마 여기 리스트에 소개된 영화 중에서 내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 매년 주기적으로 보고 있는 작품.
감독 : 그레타 거윅
출연 : 시얼샤 로넌 (크리스틴 "레이디 버드" 맥피어슨), 로리 맷칼프 (매리언, 엄마), 루카스 헤지스 (대니), 티모시 샬라메 (카일) 
드라마, 코미디 / 15세 이상 관람가 / 94분
OTT : 웨이브, 왓챠
Lady Bird
내 평점 : 5 / 5

 


5. 런 (2020, 미국)

"넌 내가 필요하잖아." (다이앤)

런 스틸컷

  엄마와 단둘이서 살아가는 클로이. 그녀는 선천적 장애를 가진 소녀로, 휠체어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절대적으로 엄마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그녀가 마주한 진실은 믿기 어려울 만큼 잔혹하기만 한데...

 

  • 흡인력 넘치는 스릴러, 장르에 더없이 충실한 영화.
  • 이 리스트의 영화 중에서 유일한 스릴러. (8일째 매미는 스릴러라고 하긴 좀 그래서...) 
  • 실화는 아니다. 단, 이 영화와 비슷한 사례가 있긴 있었다고 함.
  • 영화 서치1를 감독한 아뉘시 차칸티의 두 번째 작품
  • 클로이 역할을 맡은 배우 키에라 앨런은 실제로 장애가 있는 배우.
감독 : 아니쉬 차칸티
출연 : 사라 폴슨 (다이앤), 키에라 앨런 (클로이) 
스릴러, 미스터리 / 15세 이상 관람가 / 90분
OTT :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RUN
내 별점 : 3.5 / 5

 


6.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2022, 미국)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난 너와 여기 있고 싶어" (에블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스틸컷

  미국에서 이민자의 삶을 살아가는 에블린. 결혼 생활, 사업, 딸과의 관계, 어느 하나 녹록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그녀, 설상가상으로 멀티버스 속에 셀 수 없이 많은 '자신'이 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들의 능력으로 위기에 빠진 세계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구해야 하는 기막힌 현실에 직면하는데...

 

  • 이 리스트에 소개된 영화 중, 현재 가장 핫한 영화가 아닐까. 지난 3월에 열렸던 제95회 아카데미 7개 부분 수상작(저는 개인적으로 조이가 수상하지 못한 게 아쉬웠음)임.
  • 이 영화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제이미 리 커티스'는 영화를 보지 못했어도 음악은 모두 알고 있는 존 카펜터의 1978년 작 <할로윈>의 주인공임.
  • 또 다른 우주에서 유명한 배우로 성공한 에블린이 웨이먼드와 재회하는 장면은 왕가위의 작품 <화양연화>를 오마주한 것. 이를 바탕으로 포스터도 만들어졌다. (멋짐뿜뿜)
  • 사실 이 영화를 극장에서 볼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두 개의 돌이 나온 포스터(위)에 얽힌 스토리를 지인에게 듣고 영화관을 찾게 됨.
  • 영화를 보고 마지막에 많이 울었는데, 사실 극장에 들어갈 때까지 이 영화를 보고 울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음.
감독 : 다니엘 콴
출연진 : 양자경 (에블린), 키 호이 콴 (웨이먼드), 스테파니 수 (조이), 제이미 리 커티스 (디어드리) 
액션, 코미디 / 15세 이상 관람가 / 139분 (최초 개봉 기준)
OTT : 상영중 /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Everything Everywhere All At Once
내 평점 : 3.5 / 5


7. 경아의 딸 (2022, 한국) 

"엄마 탓 아니야. 내 탓도 아니고." (연수)

  간병인으로 일하며 홀로 살아가는 경아에게, 고등학교 교사인 딸 연수는 큰 자랑이자 버팀목이다, 어느날, 그런 그녀의 핸드폰으로 날아든 한 통의 메시지. 그 메시지 속 동영상에 등장하는 여자는 다름 아닌 그녀의 딸 연수였는데...

 

  • 영화 초입에는 설정이 좀 작위적이다 싶은 부분들이 있어서 살짝 끌리지 않았는데, 이야기를 풀어내는 과정에서 점점 좋아지는 영화였다.
  • 디지털 성범죄를 당한 피해자의 고통을 함부로 전시하지 않는 영화, 그만큼 감독의 세심한 연출이 빛을 발한다.
  • 김정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 이전에 만든 단편들도 좋음.
  • 엄마 역할을 맡으신 김정영 배우님이 출연하신 <번지점프를 하다>를 먼저 보고, 며칠 사이를 두고 <경아의 딸>을 보게 됐는데,  정말 기분이 이상했음. 의도치 않게 대략 20년을 뛰어넘은 모습을 본 거라.
  • 가해자 아버지로 나오시는 양흥주 배우는 최근 내가 본 거의 모든 한국 독립영화에 모두 출연하신 대단하신 분. 앞서 소개한 <같은 속옷을...>에도 출연하심.
  • 가해자로 출연하신 김우겸 배우가 <다음 소희>의 배두나 배우 후배 경찰이라 보는 내내 당황. 
  • 하윤경 배우는 올해 백상예술대상 영화 부문 신인상 후보임. 내 맘속에서는 어차피 신인상은 하윤경인데, 다른 후보분들도 다들 쟁쟁해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음. 상 받으셨으면 좋겠네. 
  • 영화의 엔딩곡은 하윤경 배우가 직접 부른 노래.
감독 : 김정은
출연진 : 김정영 (경아), 하윤경 (연수), 양흥주 (가해자의 아버지) 
드라마 / 15세 이상 관람가 / 119분
OTT : 티빙, 웨이브, 왓챠
Gyeong-ah’s Daughter
내 별점 : 3.5 / 5

 


8. 8일째 매미 (2011, 일본)

"다른 모든 매미들도 7일 만에 죽는다면 슬플 거 없지... 하지만 8일째에 남겨진 매미가 있다면 그건 슬프겠지..." (에리나)

  에리나는 갓 태어난 아기였던 시절,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유괴를 당한 경험이 있다. 자신의 아버지에게 버림받은 내연녀 기구치가 저지른 범행이었다. 물론 지금은 기억하기조차 어려운 지난 일이지만, 여전히 그 사건은 에리나의 일상을 흔들고 있다. 그런 그녀에게 자신을 프리랜서 기자라고 소개하는 안도가 찾아오게 되고...

 

  • 가쿠타 미쓰요의 동명 장편소설 <8일째 매미(미디어 2.0, 장점숙 역)>를 원작을 하는 영화
  • 2010년에 드라마로도 만들어짐 (일본)
  • 가쿠타 미쓰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들은 모두 추천할 만큼 좋은 영화들 <종이달(2015)> , <사랑이 뭘까 (2020)>, <공중정원 (2005)>
  • 출연한 세 여배우 모두가 인생 연기를 펼쳤는데, 나는 특히 안도 역할을 맡은 코이케 에이코의 연기가 좋았음.
  • 주제곡은 나카시마 미카가 부른 <Dear>
감독 : 나루시마 이즈루
출연진 : 이노우에 마오 (에리나), 나가사쿠 히로미 (키와코), 코이케 에이코 (안도)
드라마, 스릴러 / 147분
OTT : 없음ㅠㅠ
Rebirth
내 별점 : 3.5 / 5

  영화를 정리하다 보니 8편 중 무려 다섯 작품이 여성 감독님의 영화였어요. 그중 4편이 장편 입봉작이었구요.  앞으로 더 많은 여성 감독님의 작품을 볼 수 있길 바라며, 안녕!!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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